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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거부합니다

팔로마 울이라는 독창적인 프로젝트

예술과 상업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죠. 패션이라는 분야가 예술과 상업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은 상업적인 면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여기, 과감하게 예술을 선택한 이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브랜드'가 아닌 '프로젝트'로 불리길 원하는 팔로마 울(Paloma Wool)이죠. 옷을 판매하는 건 창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명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늘 새로운 시도와 독보적인 행보를 통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팔로마 울을 소개합니다.

팔로마 라나, 그리고 팔로마 울

팔로마 울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생의 팔로마 라나(Palmoa Lanna)가 시작했습니다. 영어로 울(Wool)을 뜻하는 자신의 이름, 라나(Lanna)를 위트 있게 활용한 셈이죠. 늦둥이로 태어난 팔로마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 브랜드를 운영했던 부모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팔로마의 부모님은 1980년대 스페인에서 10대들에게 가장 인기있던 브랜드인 '글로브(Globe)'를 운영했고, 1992년 경제 위기가 닥쳐 파산한 이후에는 '나이스 띵스(Nice Things)'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해외에서 미팅이 잦았던 부모님 덕분에 팔로마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고 패션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갖게 되었죠.

패션을 공부하고 싶었던 팔로마는 부모님의 설득 하에 경영을 전공하게 되었어요. 파산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컸던 부모님이 회사를 운영하는 법을 배우길 바랐거든요. 10대때부터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팔로마는 졸업 후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학기, 인턴으로 활동했던 나이스 띵스에서 홍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아날로그 카메라가 계기였죠. 필름 카메라의 사용법도 몰랐던 팔로마는 현상된 첫 번째 사진을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그 뒤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요.

팔로마 울은 팔로마의 어렴풋한 청사진에서 시작됐어요. 패션업계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브랜드를 또 하나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팔로마는 예술과 사진이 직접적으로 융합된 하나의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프로젝트'라고 부른 이유는 단순히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입는 행위가 지닌 본질을 파헤치고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공간과 아이디어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기 때문이죠. 옷을 판매하는 것도 단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과 실험정신이 가득한 사진을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을 정도라고 해요.

이를 위해 봄/여름과 가을/겨울로 구분되는 시즌 컬렉션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프로젝트성의 캡슐 에디션으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첫번째 한정판 캡슐 에디션은 일본과 뉴질랜드 등지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50개의 한정판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직접 손으로 번호를 매기기도 했죠. 특히 팔로마가 직접 오래된 필름 사진기로 촬영한 아날로그 사진들을 전면에 프린트한 스웨트셔츠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친구에게 스웨트셔츠를 입히고 찍은 이미지들을 인스타그램 올렸는데,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팔로마가 콘텐츠의 힘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탄생한 캡슐 에디션

팔로마는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성의 캡슐 에디션을 선보였어요. 그리고 그들과의 끈끈한 커뮤니티를 형성해갔죠. 팔로마는 팔로마 울을 예술가들이 함께 만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길 원했거든요. 따라서 팔로마 울과 협업하는 아티스트들은 경계가 없습니다. 도예가, 사진가, 행위 예술가 등 팔로마에게 영감을 주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팔로마 울과 함께할 수 있죠.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우루과이 출신의 포토그래퍼 J.P. 보니노(J.P. Bonino), 3D 아티스트 디고(Diggo)와 근사한 비주얼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에스티와 대니얼, 알라나 하임 세 자매로 결성된 미국의 팝 밴드 '하임(Haim)'과 협업한 티셔츠를 선보였습니다. 마드리드의 비스포크 셔츠 브랜드, 카미사 마놀로(Camisas Manolo)의 장인정신에 감명받은 팔로마가 협업을 제안한 셔츠 컬렉션을 론칭하기도 했죠.

협업은 단순히 제품 출시에만 그치진 않았습니다. 실이 오밀조밀 짜여 완성되는 니트를 '연결'이라는 키워드와 접목하여 카를로타 게레로, 줄리아 크루에라스, 마리나 발데스 세 명의 예술가들이 행위 예술을 연출하기도 했어요. 프로듀서인 마리나 헤르롭이 작곡한 <미우(Miu)>라는 음악과 함께, 네 명의 아티스트들이 합작한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팔로마와 절친이기도 한 카를로타는 팔로마 울의 2023년 S/S 컬렉션에도 퍼포먼스에 동참하기에 이르죠.

팔로마 울의 패션에 대한 철학

예술적인 감성 외에도 팔로마 울이 고집하는 것은 스페인 현지 생산입니다. 이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팔로마 울의 신념과도 이어져 있어요. 팔로마 울은 생산과 운송 과정을 공식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며 공급 업체와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론칭 후 지금까지 현지 섬유 공장과의 유대관계를 이어와 지역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죠.

물론 환경에 대한 생각도 남다릅니다. 팔로마 울의 제품들은 한정으로 소량 생산돼, 많은 재고가 발생하는 걸 예방합니다. 소재를 고르는데 있어서도 자연을 해치지 않는지, 윤리적으로 생산되었는지를 따지죠.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가죽 제품은 주문 생산되며,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팔로마의 최애 소재 중 하나가 큐프로(Cupro)인데요, 기분 좋은 착용감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목화 씨앗의 단섬유로 제작되고 쉽게 분해되어 환경친화적이죠.

무엇보다 팔로마 울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 때문일 겁니다. 팔로마는 아름다움이 어디에든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길거리를 다니는 일반적인 대중들이 그녀에겐 모두 뮤즈가 됩니다. 그들의 체형이나 피부색, 머리 스타일, 착장 모두 영감의 원천이죠. 다양성을 존중하는 팔로마 울의 옷들은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몸에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도 어울리도록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어떻게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불편함도 없앴죠.

2014년 론칭해 올해로 10년차를 맞이한 팔로마 울. 예술 프로젝트로 시작한 팔로마 울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지금은 명실상부 독보적인 색깔을 지닌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동안 합리적인 가격대에 옷을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스토어만 운영했는데요, 곧 바르셀로나에 첫 번째 공식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죠. 스튜디오 겸 플래그십 스토어가 될 이 공간에서 팔로마 울의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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